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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개와 관련된 신화] 일본, 중국, 그리스, 북유럽

by yan-ni 2025. 2. 25.

개는 오랜 시간 동안 인간과 함께하며 충성심, 보호, 신성함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세계 각국에는 개와 관련된 다양한 신화와 전설이 전해 내려오며, 각 문화권에서 개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 중국, 그리스, 그리고 북유럽에서 전해 내려오는 개 관련 신화를 살펴보며, 개가 지닌 문화적, 신화적 의미를 탐구해보자.

1. 일본의 개와 여우, 오이나리 신앙

일본에서 개는 주로 수호자의 역할을 하며, 여우(키츠네)와 함께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특히 일본 신토(神道)에서 오이나리(稲荷) 신앙 은 여우를 신의 사자로 숭배하는 신앙이지만, 여기에는 개와 관련된 전설도 존재한다. 오이나리 신앙에서는 여우가 신령한 존재로 인식되었고, 이는 농경의 신으로 여겨지는 이나다 신(稲荷神) 과 연결된다. 그러나 여우가 신령한 존재로 자리 잡기 전, 일본에서는 개가 마을을 지키는 존재로 여겨졌다. 일본의 민간전승 중 일부에서는 여우가 나쁜 기운을 가져올 때, 개가 이를 막아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개는 여우를 쫓아내며 마을의 평안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 에도 시대 이후 여우 숭배가 널리 퍼지면서 개의 역할은 다소 축소되었으나, 개가 여전히 수호자로 인식되는 지역도 많았다. 일본 전역의 신사에서 코마이누(狛犬) 라 불리는 사자와 개를 닮은 석상이 신사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개가 악령을 막고 인간을 보호하는 존재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2. 중국의 티베탄 마스티프와 신비로운 전설

티베탄 마스티프는 중국과 티베트 지역에서 오랫동안 신성한 개로 여겨졌다. 이 거대한 개는 강력한 체력과 용맹함으로 유명하며, 티베트 불교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티베트 전설에 따르면, 이 개들은 달라이 라마 와 같은 고승들의 곁에서 그들을 보호하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특히, 티베탄 마스티프는 산의 신들이 내려준 신비로운 개로, 악령과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 중 하나는 한 노승이 깊은 산 속에서 명상을 하던 중, 악령이 나타나 그의 수행을 방해하려 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검붉은 색의 티베탄 마스티프가 그 악령을 쫓아내면서 승려를 보호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에서는 티베탄 마스티프가 부를 상징하는 개로도 여겨졌다. 당나라 황실에서는 이 개를 왕실의 보물로 여겨 사육했으며, 일반인들은 감히 가까이할 수도 없는 신성한 개로 인식했다. 이처럼 티베탄 마스티프는 단순한 경비견을 넘어, 인간을 보호하고 신과의 연결고리를 가진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졌다.

3. 그리스 신화 속 지옥의 문지기, 케르베로스

그리스 신화에서 개는 신과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존재로 자주 등장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개는 케르베로스(Cerberus) 이다. 케르베로스는 저승을 지키는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거대한 개로, 명계의 신 하데스가 그를 지옥의 문지기로 삼았다. 케르베로스의 전설은 단순히 저승을 지키는 개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는 살아 있는 자가 저승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죽은 자가 이승으로 돌아오는 것을 방지하는 존재였다. 이처럼 케르베로스는 죽음과 생명의 경계를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스 신화 속 헤라클레스의 열두 과업 중 하나로 케르베로스를 생포하는 미션이 주어지기도 했다. 그는 하데스와 협상을 통해 무기 없이 케르베로스를 제압해 지상으로 데려왔다가 다시 명계로 돌려보냈다. 이러한 이야기는 개가 강력한 힘과 신성함을 동시에 지닌 존재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4. 북유럽 신화의 가름과 죽음을 인도하는 개

북유럽 신화에서도 개는 저승과 관련된 존재로 등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가름(Garm) 이다. 가름은 북유럽 신화 속에서 저승인 헬헤임(Helheim)을 지키는 무서운 개로 묘사된다. 라그나로크(세상의 종말)가 오면, 가름은 그의 주인 헬(Hel)과 함께 살아남은 인간과 신들에게 공포를 안겨줄 것이라고 전해진다. 이는 개가 단순히 인간을 보호하는 존재를 넘어, 신화 속에서 죽음과 종말을 상징하는 존재로도 인식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북유럽에서는 개가 죽은 자를 저승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고 믿었다. 바이킹들은 개가 저승으로 가는 길을 밝혀주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으며, 개를 순장하는 관습도 존재했다. 이는 개가 인간과 함께 생을 마감하고, 사후에도 보호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계 각국의 신화와 전설 속에서 개는 단순한 반려동물을 넘어, 신성한 존재로 자리 잡아왔다. 일본에서는 수호자로서 악령을 쫓아내는 역할을 했고, 중국의 티베탄 마스티프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신비로운 개로 여겨졌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저승을 지키는 케르베로스가 등장했고, 북유럽 신화에서는 죽음을 안내하는 가름이 존재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개가 단순한 인간의 친구를 넘어, 신과 인간,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개는 여전히 충성심과 보호자의 역할을 상징하며, 인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