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개는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니라 영웅이자 보호자, 그리고 전설적인 존재였다. 세계 각국에서 놀라운 개들의 충성심과 지혜, 그리고 용기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하치코 이야기와는 달리, 오늘은 다른 나라에서 전해지는 덜 알려졌지만 똑같이 흥미로운 개 전설을 소개하려 한다. 이 이야기들은 인간과 개 사이의 특별한 유대감을 보여주며, 개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우리 삶에 깊이 자리 잡은 존재임을 증명한다.
1. 겔러트: 웨일스의 비극적인 수호자
웨일스에서 가장 유명한 개 전설 중 하나는 충성스러운 개 겔러트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13세기경, 겔러트는 웨일스의 대공이었던 리웰린 왕자의 충직한 개였다. 왕자는 항상 집을 지키는 겔러트를 사랑했고, 그에 대한 신뢰도 깊었다. 어느 날, 사냥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리웰린은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겔러트는 피로 물든 요람 옆에 서 있었고, 입에는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왕자는 자신의 아기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겔러트에게 분노해 검을 뽑아 그를 베어버렸다. 하지만 곧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요람 밑에서 살아 있는 아기가 발견되었고, 근처에는 죽은 늑대의 시체가 있었다. 겔러트는 아기를 공격한 늑대를 물리친 것이었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리웰린 왕자는 깊은 슬픔에 빠져 개를 정성껏 묻어주었고, 오늘날까지 "겔러트의 무덤(Beddgelert)"이라는 이름으로 그 마을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 이야기는 수 세기 동안 전해 내려오며 충성과 희생의 상징이 되었다.
2. 기네포르트: 프랑스의 성견(聖犬)
중세 프랑스에서는 한 마리의 개가 성견으로 숭배받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의 이름은 기네포르트이며, 이 이야기 역시 겔러트의 전설과 유사한 내용이다. 전설에 따르면, 기네포르트는 프랑스의 한 기사에게 길러진 회색 사냥개였다. 어느 날, 기사는 자신의 아기를 집에 두고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요람이 뒤집혀 있고, 기네포르트가 피를 뒤집어쓴 채 서 있었다. 기사 역시 겔러트의 주인처럼 격분하여 개를 죽였지만, 나중에 방 안에서 커다란 뱀의 시체를 발견했다. 기네포르트는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뱀과 싸워 이겼던 것이었다. 주인은 깊은 후회에 빠져 기네포르트를 신성한 장소에 묻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를 "성 기네포르트"라 부르며 아이들의 수호자로 숭배하기 시작했다. 교황청은 후에 이 개 숭배를 이단으로 간주했지만, 기네포르트의 전설은 오랫동안 이어지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사우르: 노르웨이의 왕이 된 개
대부분의 개 전설은 충성과 보호에 관한 것이지만, 노르웨이의 개 사우르의 이야기는 다소 독특하다. 11세기경, 노르웨이의 귀족 에이슈타인은 한 가지 기발한 실험을 했다. 그는 통치 체제의 부조리를 풍자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 사우르를 노르웨이의 왕으로 선포한 것이다. 에이슈타인은 사우르를 진정한 군주로 대우하도록 명령했다. 백성들은 개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했으며, 왕관 대신 황금 목걸이를 착용한 사우르는 왕궁에서 호화로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 전례 없는 실험은 오래가지 못했다. 권력을 탐낸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키며 결국 사우르는 왕위에서 쫓겨났다. 이 황당한 이야기는 당시 노르웨이의 정치 상황을 풍자하는 우화로 전해지지만, 동시에 개가 역사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하는지를 보여준다. 짧지만 강렬한 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4. 그레이프라이어스 바비: 스코틀랜드의 영원한 충성심
스코틀랜드에는 가장 감동적인 개 전설 중 하나가 있다. 바로 19세기 에든버러에서 주인에게 변함없는 충성을 바친 작은 스카이 테리어, 그레이프라이어스 바비의 이야기이다. 바비는 야경꾼이었던 존 그레이의 반려견이었다. 1858년, 존 그레이가 세상을 떠나자, 바비는 그의 무덤 곁을 떠나지 않고 14년 동안 지켰다. 바람이 거센 스코틀랜드의 날씨 속에서도 바비는 무덤 곁을 지키며 살아갔고, 이를 본 지역 주민들은 그에게 먹이를 주며 돌보았다. 바비의 충성심은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에든버러 시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유기견 규제를 면제하는 특별법을 제정했다. 1872년, 바비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무덤은 주인의 곁에 마련되었다. 현재 에든버러에는 바비의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개가 얼마나 주인에게 헌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여전히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웨일스의 비극적인 영웅 겔러트에서부터 노르웨이의 왕이 된 개 사우르까지, 이 전설적인 개들은 용기와 충성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어떤 개는 잘못된 오해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또 어떤 개는 사랑하는 주인을 잃고도 끝까지 곁을 지켰다. 이들의 이야기는 세대를 거쳐 전해지며, 개와 인간 사이의 깊은 유대감을 상기시키고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도 개의 사랑과 충성심은 변하지 않는 가치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